[기자수첩]공교육의 확립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과제다. 그 핵심에는 ‘책임교육’이 자리한다. 책임교육이란 학생 개개인이 최소한의 교육적 성취를 보장받고, 사회가 이를 함께 떠안는 체제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교사와 학교 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그나마 책임교육의 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제는 교육지원청이 학교와 함께 책임을 나누고, 공교육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육지원청은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의 장학지도와 종합감사 제도는 지나친 간섭 논란을 불러왔지만, 적어도 학교 현안에 개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능은 작동했다. 반면 오늘날 교육지원청은 명칭만 ‘지원청’으로 바뀌었을 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거의 없다. 존재하지만 존재감을 잃은 기관, 있으나마나 한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책임은 교육장의 직무 수행과 직결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교육장에게 교수학습, 진로지도, 교육복지, 학생 안전, 학부모 참여 등 학교 운영 전반을 지도·감독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교육지원청의 수장이자 지역 교육행정의 대표자로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권한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법과 제도가 보장한 권한과 현실의 실행력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교육장의 현장 이해 부족이다. 대부분 교육청 근무를 거쳐 임명되는 구조 탓에 학교 현장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교육과정 개편, 디지털 학습 환경, 학부모 참여 확대 등 학교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교육장이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지도와 감독은 형식에 머물고 학교와의 괴리만 커진다. 이는 교육행정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일부 교육장의 부적절한 행태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학교 부지를 민간업자에게 매각하거나, 공식 석상에서 교사와 학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사례, 심지어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조성 요구조차 외면하는 경우가 보고된다. 이러한 행태는 교육지원청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고,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 수요자들의 불신을 키운다. 결국 학교 현장은 ‘지원’을 기대하기보다 ‘무관심’을 체감하게 된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권력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를 두고 책임 있게 토론하고, 그 결론을 정책으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때문이다. 교육행정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장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책무를 다할 때 비로소 존중받는다. 학교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교육행정의 본령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지원청의 선도적 역할 회복이다. 교육장의 수많은 직무 가운데 핵심은 교수학습 활동 지원, 진로지도, 강사 확보·관리 등 교육과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이 기능이 충실히 작동해야 교사들은 본연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고, 학생들은 안정적이고 충실한 배움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교육격차 해소, 돌봄, 안전 등 사회적 과제가 학교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교육지원청이 제대로 나서지 않는다면 학교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
공교육의 신뢰 회복은 교사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할 수 없다. 교육지원청과 교육장이 본연의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교육행정은 학교 현장과 괴리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질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이 이름뿐인 조직이 아니라 현장을 지탱하는 든든한 동반자로 거듭날 때, 우리 사회가 바라는 공교육의 토대는 비로소 굳건히 세워질 것이다. 그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