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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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양해용

[기고문]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쳐온 5060세대의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겉으로는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자산가’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통장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현금흐름은 연금과 단기 근로소득에 의존한다. 여기에 대출 이자, 보유세, 의료비, 자녀 지원 비용이 더해지면서 실질 가처분소득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5060세대는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 생산라인에서,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현장에서 한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했다. 그들이 믿었던 성공 공식은 단순했다. “집은 오른다. 자식은 노후를 지켜준다. 회사는 오래 다니면 보답한다.” 그러나 저성장과 고령화, 고금리 국면 속에서 이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자산 구조의 왜곡’이다. 한국 중장년층의 순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이는 가격 상승기에는 부를 확대시키지만, 은퇴 이후에는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비유동성 자산’으로 전환된다. 집은 있지만 생활비는 부족한 이른바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 현상이 확산되는 이유다.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불완전한 노후소득 보장 체계다.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기본적 안전망이지만, 가입 기간이 짧거나 소득대체율이 낮은 경우 충분한 생활비를 보장하지 못한다. 퇴직연금 역시 일시금 수령 비율이 높아 장기적인 소득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결국 은퇴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거나, 자녀에게 의존하거나, 자산을 조금씩 처분하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이 문제를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는 세대 전체가 경험한 구조적 환경의 결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 가지 방향의 정책 전환이다.


첫째, 부동산 중심 자산을 ‘소득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주택연금 제도의 가입 요건을 완화하고, 수령액 산정 방식을 현실화해 중산층 이상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자의 자산 유동화를 돕는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후소득 다층화를 실질화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퇴직연금의 연금화 비율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는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정부 매칭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셋째, 5060세대의 ‘제2 노동시장’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단순 공공일자리가 아니라,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재교육·전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돌봄, 지역 기반 서비스 분야에서 중장년 맞춤형 직무 설계를 제도화한다면, 은퇴는 곧바로 소득 단절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5060세대의 위기는 단지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소비 위축은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자산 시장의 불안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 세대의 불안은 자녀 세대의 미래 기대를 약화시킨다.


우리는 오랫동안 “열심히 살면 노후는 보장된다”는 믿음을 공유해왔다. 그러나 구조가 바뀌면 공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를 탓하는 논쟁이 아니라, 자산 구조와 소득 보장 체계를 재설계하는 국가적 결단이다.


5060의 소리 없는 붕괴를 방치한다면, 다음 차례는 4050이 될 것이다. 지금이 구조를 고칠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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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의 소리 없는 붕괴, 구조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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